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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월 산속의 친구 황토민박 김성달 조은숙 귀농부부

하고픈 이야기
09.03.08
http://blogmall.net/article/13

전원생활 2009년 1월호 기사 발췌.

 

염소 키우러 산속에 들어온 머슴과 천사

‘황금집’과 ‘큰 지게’로 유명한 강원 영월 덕전마을에는 ‘산속의 친구’ 황토방 민박집을 운영하는 머슴 김성달 씨와 천사 조금숙 씨 부부가 산다. 300여 마리의 염소들이 뛰노는 모습과 어린 염소들의 재롱에 그만 넋을 잃은 김씨는 좋은 환경에서 잘 살아가는 아내와 어린 두 딸을 첩첩산중에 데려왔다. 말 못할 고생도 숱하게 겪었지만 지내 온 13년이 너무 행복했다는 김씨 부부에게는 아직 이루지 못한 꿈이 있어 하루하루가 설렌다.
글 김윤석 기자 사진 임승수(사진가)

 



강원 영월군 북면 덕전마을은 황금으로 만든 집과 동화에 등장하는 거인이나 가볍게 질 수 있는 초대형 지게로 몇 차례 방송을 탄 곳이다. 덕전마을에 들어서마자 ‘황금집’이 나타난다. 실개천 너머 논배미에 모가 훌쩍 자라고 야트막한 뒷산이 갈맷빛을 띠면 더욱 금빛이 찬란한 황금집은 이태 전 한 방송사의 ‘있다, 없다’ 프로그램에 소개면서 널리 알려졌다. 꽤 오래도록 빈집으로 방치돼 모양새가 볼썽사나워지자 이를 보다 못한 주민들이 볼거리로 만들어보기로 의견을 냈고, 조금씩 모은 금가루를 섞어 페인트를 칠하고 보수한 것이다.
또 마을 한가운데 덩그러니 남아 있는 빈집을 보수하여 농기구박물관, 짚공예전시관, 사랑방, 연자방아 등을 갖춘 ‘고향의 집’으로 꾸며놓았다. 고향의 집 울타리에는 높이 7m, 무게 600㎏의 초대형 지게가 우뚝 솟아 있다. ‘큰 지게’는 농촌생활의 필수품이자 농업의 기본 이동수단인 지게가 점차 사라져가는 것이 안타까워 마을 노인들이 직접 손으로 만들었다.
전형적인 산골로 20여 가구 60여 명의 주민들이 살고 있는 덕전마을은 2005년부터 새농촌 건설운동을 펼치고 있는데, 이 같은 신선한 아이디어 덕분에 최근 구경 오는 사람은 물론 벤치마킹하려는 다른 마을 주민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동물을 좋아하는 머슴과 꽃을 사랑하는 천사
황금집과 큰 지게로 유명한 덕전마을에는 천사와 머슴 부부가 산다. 산골마을의 선녀와 나무꾼이 아닌, 머슴과 천사는 김성달(53)·조금숙 씨(52) 부부. 이들 부부는 13년 전에 경기 분당에서 귀농했다. 경북 선산에서 여섯 살 때 상경한 김씨와 전남 화순에서 자란 조씨는 누가 먼저라고 할 것 없이 언젠가는 농촌에 내려가 살 꿈을 꾸었다. 그런데 선택의 순간이 너무나 빨리 왔다.
동물을 무척 좋아하는 김씨는 아파트에서는 키울 수 없어 이따금 성남 모란시장에 나오는 가축들을 구경하는 것으로 만족해야 했다. 시장 나들이가 빈번하면서 염소를 파는 상인과 농담을 건넬 만큼 가까워졌다. 한번은 김씨의 마음을 아는 한 상인이 강원 정선에 13만 2000여㎡(약 4만 평)의 임야가 나왔는데 가보자는 거였다.
상인을 따라 정선에 갔으나 마음에 들지 않아서 그냥 오려고 하는데, 마침 영월에 37만 250㎡(11만 2000평)의 염소 농장이 있으니 가는 길에 들려보자고 했다. 길도 없는 산골에 들어가니 그곳에 염소들이 뛰어놀고 있었다. 300여 마리의 염소들이 뛰노는 모습과 어린 염소들의 재롱에 김씨는 그만 넋을 잃고 말았다. 바로 그가 원하는 곳을 찾은 것이다.
“마을과 조금 떨어져 있는 데다 산으로 둘러싸여 염소나 가축들을 키우기에 이보다 더 좋은 곳은 없을 것처럼 보였어요. 염소 한 마리가 1년에 두 차례 새끼를 낳으니까 평균 세 마리로 보고, 새끼 낳을 수 있는 염소를 200두로 치면 한 마리당 10만 원씩만 쳐도 6000만 원의 소득이 나왔습니다. 사료 값은 별거 아니기 때문에 해볼 만하다는 판단이 섰지요. 수익도 되고 전원생활도 할 수 있으니 더 미룰 것이 없다고 결심했어요.”
그날 구두 계약을 한 김씨는 영등포에 있던 박스 공장을 정리하면서 아내 조씨를 설득하는 데 전력했다. 염소 300두를 키우면 연간 6000만 원의 소득은 충분히 가능하며 아내가 좋아하는 꽃을 원 없이 키울 수 있도록 밀어주겠다고. 1년간의 설득 끝에 아내와 중학생 두 딸을 데리고 트럭 두 대에 살림살이를 나눠 싣고 내려왔다. 해 질 무렵 농장에 도착하자 짐도 채 풀기 전에 금세 사위가 어두워져갔다. 함께 온 동서와 처남들의 도움으로 짐 정리를 겨우 마쳤다. 모두 떠난 뒤 달랑 네 식구만 남아 깜깜한 밤하늘을 수놓은 뭇별들을 보면서 잠시 피곤을 잊었다. 맑은 공기, 반짝이는 별들…. 이 모두가 좋아서 왔는데, 마음 한구석에서 왠지 모를 걱정이 올라왔다.

슈퍼마켓 주인에서 새마을 지도자로
이들 부부는 ‘그래! 인생을 후회 없이 살아보자’라며 서로에게 최면을 걸기 시작했다. 하지만 한두 해가 흘러도 염소 사육은 생각만큼 소득을 가져다주지 않았다. 상인에게 팔면 제 가격보다 훨씬 낮았고, 그렇다고 직접 팔러 다닐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분당의 아파트를 팔아 임야를 구입한 터라 점점 생계비 마련이 여의치 않았다. 두 딸이 매일 통학 버스표를 구입하는 슈퍼마켓 주인과 알고 지내던 중 슈퍼를 그만둔다는 말을 듣고 임야를 담보로 대출을 받아 슈퍼마켓을 인수했다. 슈퍼마켓을 운영하면서 많은 사람들을 알게 되었고, 비로소 어렵던 생활이 조금씩 나아지기 시작했다. 귀농해서 슈퍼마켓 주인 노릇을 할 줄 꿈엔들 생각했으랴.
마을 사람들과 친해지면서 김씨는 마을에서 가장 젊다는 이유로 새마을 지도자로 뽑혔다. 이번에는 농장 일을 제쳐두고 마을 일에 매달렸다. 낙후된 마을을 발전시키려면 마을 주민들의 변화를 이끌 지도자가 필요하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렇다고 농사 경험도 전무한 ‘굴러온 돌’이 앞장설 수도 없었다. 용기를 내 연로한 이장님을 찾아가, 보다 젊은 분에게 물려주도록 설득했다. 젊은 이장과 더불어 김씨는 새마을 지도자가 되어 강원도에서 추진하는 새농어촌 건설운동에 힘을 보탰다.
마을 가구 수가 적은 데다 고령화돼 어려움이 많았지만 점점 주민들의 단합으로 마을은 변해가기 시작했다. 2년 뒤 강원도 우수마을에 선정돼 마을 발전기금으로 5억 원을 지원받았다. 발전기금으로 폐교를 구입해 펜션형 숙박시설로 리모델링 했고, 장뇌삼, 약초, 산나물 등 무공해 특산물을 생산하는 산촌 생태마을로 탈바꿈했다.
훌쩍 세월이 흘러 영월에서 염소농장을 한다는 얘기를 들은 지인들이 염소 중탕을 주문했다. 영월 읍내 건강원에 중탕을 맡겨 보냈는데, 맛을 본 뒤로는 다시 주문이 들어오지 않았다. 염소 판로가 막히자 중탕에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 김씨는 중탕기와 포장기를 들여와 슈퍼마켓 한쪽에 건강원을 직접 차렸다. 염소가 좋아서 귀농을 했는데, 이제는 정성껏 기른 염소를 직접 잡아야 하는 서글픔이 밀려왔다. 슈퍼마켓 운영이 귀농한 뒤 생계비 마련에 도움을 줬다면 건강원은 그에게 안정된 생활을 가져다주었다.
지나온 13년이 행복한 ‘산속의 친구’ 주인 부부
새마을 지도자로 활동하면서 김씨는 교육의 중요성을 깨달았다. 도농업기술원에서 주관하는 마케팅 교육, 농산물 가공교육뿐 아니라 수원 농촌개발교육원에서 실시한 민박경영 교육, 일본 연수 등 필요한 교육은 열 일 제치고 다녀왔다. 여러 마을의 지도자들로부터 듣는 다양한 경험담은 많은 도움이 됐고, 사슴과 염소를 키우면서 건강원을 운영하는 김씨에게 교육은 새로운 정보를 얻는 유일한 통로였다.
지난해 여름 김씨 부부는 2년에 걸쳐 공사한 황토 온돌방을 마무리했다. 7평짜리 방 3개와 15평짜리 1개, 예닐곱 명이 들어갈 만한 찜질방을 갖추고 민박을 시작했다.
김씨는 좋은 환경에서 잘 살아가는 가족들을 하루아침에 첩첩 산중으로 데리고 왔다는 미안한 마음을 여태껏 지녀왔다. 하지만 아내 조씨는 “무작정 귀농했지만 두 딸이 정말 잘 자라줘 영월에서 보낸 지난 13년이 너무 행복했다”고 말했다.
이들 부부의 꿈은 아직 이루어지지 않았다. 김씨는 유치원생과 초등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다양한 동물 교육농장을 계획하고 있고, 아내 조씨는 올봄에는 비닐하우스를 지어 그토록 원했던 꽃을 원 없이 가꿀 꿈에 부풀어 있다.

 

전원생활 2009년 1월호 기사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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